[미주여행(美酒旅行)🍶] 시리즈 18: 이천 배혜정도가(裵惠貞都家)

[미주여행 #18] 이천 배혜정도가: 아버지의 미완성을 완성한 딸의 기록, 집의 술로 돌아온 시간
'국순당' 설립자 故 배상면 회장의 장녀 배혜정 대표가 이천의 비옥한 땅에 세운 양조장. 생쌀 발효법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여성이 빚은 술 특유의 섬세함과 '가양주(家釀酒)'의 온기를 담아낸 부드러운 서사를 만납니다.

 

다시, 집의 술로 돌아가다 

안성의 서슬 퍼런 장인 정신이 깃든 한주(韓酒)의 기개를 뒤로하고, 미주여행(美酒旅行)은 이제 도자기의 숨결과 기름진 쌀의 향기가 가득한 도시, 경기도 이천으로 향합니다. 이곳에는 한국 전통주 현대화의 거목이었던 아버지, 故 배상면 회장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 한 여인의 집념이 서려 있습니다.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일구려 했던 전통주의 세계, 그 미완의 꿈을 '집의 술(가양주)'이라는 가장 원형적인 가치로 완성해가는 배혜정도가의 부드럽지만 강인한 서사를 시작합니다.


1. 거인의 어깨 위에서 빚은 꿈: "아버지의 이름, 딸의 길"

배혜정 대표에게 전통주는 숙명이자 그리움입니다. '전통주 지도의 완성'을 꿈꿨던 아버지는 딸에게 기술 그 이상의 철학을 남겼습니다. 전통주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라는 거대한 이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배혜정 대표는 그 역사를 일군 故 배상면 회장의 장녀입니다. 아버지가 일평생 바친 '생쌀 발효법'에 대한 열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그녀는, 그 거친 길 위에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유연함을 덧입혔습니다.

  • 미완성 꿈의 유산: 배혜정 대표는 아버지의 화려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버지가 생전에 그토록 강조했던 '쌀 본연의 가치'를 찾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것은 대량 생산되는 공장제의 효율이 아닌,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항아리 속 '집의 술'을 복원하는 고독한 길이었습니다.
  • 부녀가 공유한 시간: 아버지가 못다 빚은 술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그녀는 이천의 들녘으로 들어왔습니다. 거인의 딸이라는 무게를 견디며, 그녀는 이제 자신만의 색깔로 딸의 유산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 인문학 한입: 미완성(未完成)의 미학
완성된 술은 역사가 되지만, 미완성의 술은 이야기가 됩니다. 아버지가 남긴 기술적 자산이 딸의 손길을 거쳐 '문화'와 '감성'으로 치유되는 과정은, 우리 술이 단순한 알코올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혈맥임을 보여줍니다.


2. 이천 평야가 선사한 최고의 재료: "쌀의 본질로 회귀하다"

이천은 임금님께 진상하던 쌀의 고장입니다. 배혜정도가의 술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땅이 주는 정직함에 있습니다.

  • 이천 쌀의 정수: 좋은 술은 결국 좋은 곡물에서 나옵니다. 배혜정 대표는 생쌀을 가루 내어 빚는 '생쌀 발효법'을 통해 이천 쌀의 영양과 풍미를 파괴하지 않고 술잔에 담아냅니다. 이는 가열로 인해 사라지는 곡물의 섬세한 향을 살리기 위한 집요한 선택입니다.
  • 도자기와 술의 조화: 흙을 굽는 가마의 온기가 흐르는 이천에서, 술 또한 항아리 속에서 숨을 쉬며 익어갑니다. 이천의 테루아는 그렇게 술의 농도를 더욱 짙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자연의 은신처가 됩니다.

3. 미완성을 완성으로 이끄는 정성: "백 년을 바라보는 기다림"

배혜정도가의 시간은 과거의 복원인 동시에 미래를 향한 제안입니다.

  • 감사 연금술: 그녀의 대표작 '부자(富者)'와 '우곡주'에는 아버지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비법을 토대로 빚은 술은, 단순히 알코올이 아니라 한 가문의 역사와 철학이 응축된 액체 타임라인입니다.
  • 다시 집으로 돌아온 술: 전통주가 다시 우리 집의 식탁 위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배혜정 대표는 그 '집의 술'이 가진 따뜻한 정서를 완성하기 위해 오늘도 소리 없이 익어가는 항아리 곁을 지킵니다.

🍶 이천의 저녁, 배혜정도가의 술을 대하는 자세

  • 잔에 담긴 농밀함을 응시하십시오: 물을 거의 섞지 않아 걸쭉하고 진한 술의 질감은, 한 여인이 지켜온 고집의 무게와 닮아 있습니다.
  • 생쌀의 싱그러움을 느끼십시오: 가열하지 않아 살아있는 쌀의 단맛과 은은한 산미를 혀끝으로 천천히 음미해 보세요. 그것은 대지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순수한 선물입니다.
  • 한 잔에 담긴 서사를 읽으십시오: 술을 넘긴 뒤 남는 부드러운 여운 속에서, 미완의 꿈을 완성해낸 딸의 당당하고도 따뜻한 미소를 떠올려 보세요.

 

배혜정 대표가 빚는 것은 술이 아니라,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우리 술의 내일일지도 모릅니다. 이천의 맑은 물과 쌀로 완성된 이 부드러운 기록 속에서 여러분만의 따뜻한 ''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여주의 바람이 빚은 찬란한 황금빛 액체, 과하주의 연금술"

미주여행의 다음 여정은 세종대왕의 정취가 서린 여주로 향합니다. 여주의 바람을 타고 흐르는 쌀의 향기가 술아원의 문턱에서 가장 찬란한 황금빛 액체로 박제되었습니다. 발효주와 증류주가 만나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하주(過夏酒)'의 신비로운 연금술을 만나러 갑니다. 기대해 주세요! 🍶 이번 여행이 재미 있으셨다면 공감(❤️)과 구독 추가 부탁드려요!